샵에누의 시작.

봄볕 같던 저의 외할머니는

부산 어느 조용한 동네 한 귀퉁이에서 양장점을 운영하셨어요.


지금처럼 이렇다할 쇼핑몰도, 플랫폼도 없던 어느 세월에는

당시 동네 멋쟁이들은 다 할머니네 양장점으로 모여들어

백화점급 인기를 누렸었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곤 했어요.

할머니를 뵈러 갈 때면 오늘은 어떤 알록달록 재밌는 옷을 입고 나오실까 기대했던 어린날의 제가 떠오릅니다.​


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났을까요.

그녀의 귀한 딸이자 사랑하는 나의 엄마 미희 씨도

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오래전 작은 옷 가게를 하셨어요.


종종 엄마를 도우러 가곤 했는데.. 몸만한 짐을 이고 지고,

쉽지만은 않은 일이 힘들만도 한데도 일을 하는 엄마는 참 반짝거리고 또 즐거워 보이더라구요.​


준비하는 동안 이미 마음껏 설레고 기뻤던 저는

아마 외할머니와 엄마를 쏙 빼닮았나봐요.​​​

아직은 여러분과 저의 교집합보다 저의 취향이 주를 이루고

모든 게 처음이라 서툰 점이 많겠지만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성장해보겠습니다.




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에누의 뜻은..

쑥스럽고 단순하게도 '누에'에요.​

이름처럼 샵에누는 어쩌면 저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어요.​

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행복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면서

그 속에 늘 에누가 있을 것 같아요.​


 내가 가진 가장 다정한 것들만 여러분께 닿았으면 합니다.​

 작은 가게 샵에누가 우리의 취향이 모인 하우스에누가 되기까지

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누에가 어여쁜 나비가 되어 날갯짓할 그날까지

​미완의 누에는 열심히 다음을 또 그 다음을 준비해보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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